시즌데일리 = 심민정 기자ㅣ어머니에게 치매 병력이 있으면 자녀도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위험이 80%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분당서울대병원은 김기웅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오대종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교수 연구팀이 부모의 치매 병력에 따른 자녀의 발병 위험도를 분석한 연구를 발표했다고 10일 밝혔다. 연구에선 부모 중 특히 어머니의 치매 병력이 자녀의 치매 발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한국,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스웨덴, 그리스, 호주, 필리핀 등 8개국에 거주하는 노인 1만7194명을 대상으로 치매 가족력을 조사하고 응답자의 치매 여부도 진단했다. 응답자의 평균 연령은 72.8세, 여성 비율은 59.2%였다.
연구 결과, 어머니가 치매 병력이 있으면 자녀의 치매 발병 위험은 51%, 치매 중에서 가장 흔한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은 80% 높아졌다. 자녀의 성별에 따라 발병 위험도는 다소 차이를 보였다. 어머니가 치매 병력이 있는 여성은 68%, 남성은 100% 이상 알츠하이머병 위험이 증가했다. 아버지가 치매 병력이 있으면 자녀의 치매 발병 위험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증가하지 않았다.
부모와 자녀는 유전자는 물론 생활방식과 환경을 공유하기 때문에 부모의 치매가 자녀의 치매 발병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가 꾸준히 나왔다. 하지만 이와 상반되는 연구결과도 여럿 보고됐다. 또 치매 중 어떤 병에서 특히 부모와 자식 간 연관성이 높게 나타나는지나, 부계와 모계 병력 또는 자녀의 성별에 따라 어느 쪽이 영향을 많이 받는지에 대해 규명한 연구는 없었다.
연구진은 여러 국적을 가진 대규모 집단을 분석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 치매의 모계 유전 경향은 국가와 인종을 불문하고 보편적인 현상일 수 있다는 의미다. 또 모계를 따라 유전되는 X성염색체나 미토콘드리아 DNA 같은 유전형질도 알츠하이머병 발생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 기존에 알츠하이머병 위험을 높일 수 있는 유전형질로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아포지단백 e4 대립유전자’가 있었다.
연구진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특히 어머니가 치매로 진단된 적이 있다면 자녀도 전문적인 평가를 통해 인지장애 여부를 조기에 진단하고, 향후 인지기능 변화 양상을 꾸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김 교수는 “알츠하이머병을 비롯한 치매는 단일 유전자가 아닌 다양한 유전자와 환경의 상호작용에 의해 발생 위험이 결정되는 만큼, 부모의 치매 병력이 반드시 본인의 치매 발생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그럼에도 부모가 치매 병력이 있다면 보다 엄격한 금연과 절주, 식습관 개선, 고혈압, 당뇨 등의 기저질환 관리를 통해 치매를 예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Psychiatry and Clinical Neurosciences’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