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데일리 = 심민정 기자ㅣ올해 상반기에만 7,000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8% 늘어난 것으로,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유행이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사회적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드러나고 있다고 경고했다.
자살예방의 날인 10일 한국생명존중재단에 따르면 올해 1~6월 자살 사망자는 6,936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6,375명)보다 8.8%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팬데믹으로 인한 정신적 외상, 경제적 피해 등으로 자살률이 급격히 느는 ‘4차 파고(wave)’가 시작된 것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통상 재난 후 자살률은 재난 위기 때보다 회복기에 가파르게 오른다.
1차 파고는 코로나19로 인한 사망, 2차 파고는 의료자원 제한으로 인한 사망, 3차 파고는 치료 중단으로 인한 만성질환자들의 사망이며, 4차 파고가 팬데믹을 겪으며 증폭된 정신적·사회적·경제적 문제로 인한 사망 증가다. 4차 파고가 시작된 것이라면 자살률은 계속해서 늘 수 있다.
이화영 순천향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재난 시기에는 모두가 함께 힘들다 보니 동료애와 같은 감정을 공유하면서 자살률이 높지 않지만, 재난이 끝나고 사회적 제약이 풀리면서 취약계층이 소외감을 느끼게 된다"며 "코로나19 이후 자살률이 올라갈 것이란 예측은 계속 나왔었다"고 말했다.
연령을 기준으로 보면 40∼60대 자살 사망자가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50대는 전체 자살 사망자 5명 중 1명꼴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많았다. 이중 남성은 75.7%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 교수는 "자살의 원인에 경제적인 문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 중장년층에서 자살 사망자가 많이 나온다"고 말했다.
19세 이하 청소년 자살 사망자는 작년 상반기보다 18.0% 증가했다. 특히 올해 상반기 여성 청소년 자살 사망자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48.0%가 늘어 전체 집단 중 증가율이 가장 가팔랐다.
배승민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유행이 수년간 이어지면서 아이들이 또래 활동이나 체육과 같은 활동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할 기회가 장기간 차단됐고 그 후유증이 이제 나타나고 있다"며 "우리나라에서는 사회적 취약계층, 그중에서도 여성 청소년이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