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데일리 = 심민정 기자ㅣ매주 40명이 넘는 환자를 도수치료하는 등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다 심혈관 질환으로 숨진 물리치료사의 업무상 재해를 인정한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박정대 부장판사)는 숨진 물리치료사 A씨(당시 42세)의 어머니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유족 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지난달 14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씨는 2010년 7월부터 한 병원에 입사해 물리치료와 도수치료 등을 했다. 그러다 2020년 8월 퇴근 후 자택에서 쓰러진 상태로 발견됐고 이튿날 결국 숨을 거뒀다. 사인은 고혈압에 의한 가슴 부분을 지나는 대동맥 벽이 찢어지는 ‘흉대동맥 박리’였다.
유족은 "아들의 죽음은 업무상 재해"라면서 공단에 유족 급여 등을 신청했다. 그러나 공단이 A씨 사망과 업무의 인과 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면서 이를 거부하자 소송을 냈다.
법원은 업무상 과로 및 스트레스와 A씨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도수 치료는 예약에 따라 스케줄이 유동적으로 운영되고 환자 만족도 관리가 필요하다"면서 "치료 환자 수에 비례해 수입이 늘어나는 인센티브를 감안하면 근로계약상 정해진 업무 시간을 초과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A씨는 사망 전 매주 평균적으로 40여명의 환자를 치료한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부는 도수치료의 업무상 스트레스에 대해서도 "상당한 힘을 필요로 하고 일대일 대면으로 이뤄져 육체적·정신적 노동의 강도가 사무직 근로자에 비해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재판부의 이런 설명은 대법원의 판단 기준을 따른 것이기도 하다. 대법원은 평소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수준의 질병이 있었는데, 과로 등으로 상태가 급격히 악화했다면 인과관계가 증명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보고 있다. 또 업무와 질병·사망의 인과관계 유무는 보통의 평균인이 아니라 해당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 조건을 기준으로 따져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