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데일리 = 한예설 기자) 서울시는 한반도 600년의 기간 동안 1,136명의 유명 인물들이 남긴 글씨를 모은 국내 최대 규모의 서첩(書帖), 근묵(槿墨) 을 국가 문화재로 지정 신청하였다.
『근묵』을 집성한 위창 오세창은 일제강점기 3.1운동의 민족대표 33인 중 한 명이자 계몽운동가 · 문예애호가로, 간송(澗松) 전형필(全鎣弼)과 함께 일제강점기에 우리 문화재를 지켜낸 대표적 인물이다. 그런 오세창의 신념과 정신, 감식안(鑑識眼)이 고스란히 담긴『근묵』은 국내 서예사의 명실상부한 귀중본이다.
서첩에 수록된 필적(筆跡)을 통해 우리는 조선시대 국왕부터 사대부 · 중인 · 노비 · 승려 등 다양한 계층들의 사회상과 생활사를 알 수 있고, 일제강점기에 절개가 뛰어났던 인물들의 우국충정을 엿볼 수 있으며, 한반도 600여 년간의 인물들에 대한 인명사전적 역할을 하며 다방면의 연구자들에게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다만, 서울시 문화재위원회는『근묵』가운데 일부는 비교대상본이 없어 진위판단이 어려운 작품도 전하며, 1943년에 성첩되었다는 시기를 두고 국가 문화재로서의 가치와 신청 방향에 대해 오랜 기간 논의와 검토를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최다의 명사 글씨가 총망라된『근묵』이 국가문화재로서 충분한 지정 가치를 가진다고 판단하였다.
비단『근묵』뿐만 아니라 오세창과 그의 집안이 수집 · 제작한 많은 문화재들은 오세창이 3.1 독립운동으로 3년 간 옥고를 치룬 후부터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하나씩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 안타까운 사연을 담고 있다.
현재, 일제강점기 동안 절개를 지키고 변절하지 않은 민족지도자 ‘오세창’이 남긴 문화재들은 단 한점도 문화재로 지정(등록)되어 있지 않다. 그의 문화재 수집은 ‘나라 잃은 민족의 역사와 문화, 혼을 지키려 했던 노력의 일환’이었다.
서울시가 국가문화재로 지정 신청한『근묵』을 시작으로, 위창 오세창의 숭고한 의지와 곧은 기개를 담은 문화재들이 국가 혹은 지자체 문화재로 지정(등록)되어 그 가치가 널리 알려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