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데일리 = 강성혁 기자) 석유와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는 인류의 삶을 풍요롭고 편리하게 바꿨다. 그러나 한정적인 자원은 고갈되고 있으며, 각종 환경문제의 역습을 파생했다. 결국 탄소 배출량과 지구의 한계를 계산해 과학자들이 만들어낸 탄소시계는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8년 뿐이라고 경고한다.
전 세계적으로 지속가능한 친환경 재생에너지 개발 노력이 이뤄지는 가운데 탄소를 대체할 궁극의 에너지로 각광받는 것이 바로 수소다. 우리나라 역시 2040년 세계 최고 수준의 수소경제 선도국가로의 도약을 꿈꾸며 지난해 초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런 상황에서 전국 최대의 기초지방자치단체인 수원시가 탄소를 대체하는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고 나아가 수소경제 생태계 구축을 위한 구상을 시작해 그 행보가 주목된다.
◇달릴수록 깨끗해지는 수소차 올해 150대 보급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분야 중 가장 상용화된 상품은 자동차다.
수소차는 내연기관이 없기 때문에 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는다. 또 전기차보다 충전시간이 짧고 주행거리가 길어 장거리 이용에 더 효율적인 장점을 갖는다.
특히 수소차는 ‘달리는 공기청정기’라고 불린다. 차량 연료탱크에 저장된 수소와 공기 중 산소를 연료전지에서 반응시켜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구동되는데, 이 과정에서 공기청정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공기 중 산소만을 활용하기 때문에 이외의 불순물은 고성능 필터로 걸러지는 구조다.
현재 국내에서 생산되는 수소차의 경우 1시간 운행할 때 26.9㎏의 청정공기를 내뿜는다고 알려져 있다.
청정에너지를 활용해 달릴수록 청정해지는 수소차를 수원시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보급하기로 했다.
현재 수원시에 등록된 수소차는 25대인데, 올해 150대를 보급한 뒤 2022년까지 1500대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다.
수소차 보급사업에는 1대당 국비 2250만원과 시비 1000만원이 지원된다. 이를 위해 올해 48억7500만원의 예산도 확보한 상태다.
수원시는 수소택시 도입도 구상하고 있다. 지역 내 운수업체를 대상으로 수요조사를 해 올해 30대를 우선 보급해 택시 영업에서 수소차의 가능성을 확인하겠다는 의지다.
수소차의 경우 현재 수소 1㎏당 100㎞를 달릴 수 있어 완충 시 500㎞ 이상을 주행할 수 있는 만큼 전기차보다 수소차가 택시 운행에 적합하다는 판단에서다.
이후 2022년까지 수소차 200대를 택시로 활용할 수 있도록 시범도시 사업을 추진한다.
뿐만 아니라 올해 수소버스 2대를 확보해 시범운영한 뒤 향후 상용 수소버스와 충전소의 구축과 활용에 대해서도 고민한다는 계획이다.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하는 수소충전소 건립
수소차 보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충전소다.
현재 수도권에는 총 8개의 충전소가 있는데, 대부분이 연구시설 내에 있거나 고속도로에 위치해 접근성이 떨어진다. 수소차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도 충전소가 확보되지 않아 고민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에 수원시는 영통구 하동에 위치한 동부공영차고지에 수소충전소를 건립해 수원시민들의 충전 편의를 높이고 수소차 보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총 30억원이 투입되는 수원동부 수소충전소는 하루에 50대의 수소차가 충전할 수 있는 250㎏의 수소를 보급하는 규모다.
지난 4월 경기도시공사와 동부공영차고지 토지사용허가 협의를 마쳤으며, 건축허가를 접수해 조만간 착공할 예정이다.
수소충전소 건립은 평균적으로 3개월 가량의 공사기간을 거치는 것을 감안하면 올해 하반기에는 수원에서 수소충전소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뿐만 아니라 수소차 이용자가 15분 이내에 충전할 수 있을 정도로 접근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번 동부 충전소 외에도 서·남·북부권에 수소 충전 인프라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한 계획도 학술연구용역을 통해 구체화할 계획이다.
수소충전소는 수소가스 검지기, 불꽃(화염) 검지기, 온도 압력센서 등 안전장치가 적용돼 안전을 확보한다.
특히 ‘고압가스안전관리법’에 따라 한국가스안전공사의 안전검사를 받아 안전관리 기준을 충족하도록 했으며, 안전 관리 인력이 상주해 점검과 상황 대비를 할 수 있도록 운영된다.
수소 자체도 가장 가벼운 기체여서 공기 중으로 빠르게 확산돼 점화 및 폭발 등의 조건을 만족시키기 어려워 흔히 사용되는 도시가스보다 안전하다고 평가를 받고 있으며, 수소차에 들어가는 저장용기 역시 7300t 이상의 무게를 견딜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형 수소경제생태계 구축…지속가능한 에너지 선도
수원시는 수소차 보급과 수소충전소 설치를 시작으로 ‘수원형 수소경제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준비작업을 시작했다.
이미 우리에게 닥친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온실가스 감축 효과와 녹색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밑그림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수원형 수소경제 생태계는 전문성을 강화하면서 국가 및 광역계획과 연계하는 한편 환경과 경제성을 확보하며 계획적인 조성을 통해 자립형 수소생태계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추진된다.
수원시는 전문가 자문단을 확보하고, 수원시정연구원을 통해 수원형 수소생태계 모델 구축 계획 수립 용역을 실시해 이를 구체화한다.
여기에는 수소차와 충전소 등 단기사업을 넘어 ▲분산형 수소생산기지 구축 ▲수소택시, 수소버스 등 친환경 대중교통 시범도시사업 ▲산업단지 수소건설장비 시범보급사업 ▲소규모 가정용 연료전지 시범보급사업 등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다양한 분야가 포함된다.
특히 현재 석유 등의 화학공정 중 발생하는 부생수소와 달리 물을 전기분해해 발생시키는 근본적인 친환경 그린수소의 실증방법도 찾아볼 계획이다.
또 수소에너지 학술대회와 시민교육 강화, 수소 가스안전 체험교육관 건립 등 시민의 인식을 확대하는 방법들도 고안될 예정이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밀집된 도시환경에서 친환경적인 생산원료로 비용을 절감해 활용할 수 있는 수원형 수소생태계 모델을 마련해 국가 정책에 발맞춰 수원의 미래를 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