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데일리 = 강성혁 기자ㅣ기본소득을 4차 산업혁명이라는 시대적 상황을 토대로 심층적으로 다룬 책이 나왔다. 거꾸로미디어 출판은 5월 초 ‘이재명과 앤드류 양은 왜 기본소득을 말하는가’라는 제목의 책을 펴냈다.
거꾸로미디어 출판 측은 제목만 보면 정치적인 책으로 오해할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은 철저히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중심으로 작성됐다고 설명했다.
일단 저자 3인(정재호, 박병기, 김희경)의 정치적 색깔이 중도적이고, 저자들은 정책을 기반으로 정치를 보는 사람들이다. 좌든 우든 좋은 정책에 대해선 박수를 보내고 나쁜 정책에 대해선 비평을 가하는 공동 저자들이다.
이 책의 공동 저자이자 편집자인 박병기는 “2090년에는 플랫폼을 소유하고 있는 IT 공룡들이 전 세계를 지배하고 그 플랫폼을 이용하며 소위 스타가 된 사람들이 최상위권에 오른다는 서울대 공대연구팀의 전망을 들은 적이 있다.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2090년에 한 번에 일어나는 게 아니라 2021년에도 이미 저런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이로 인해 99.997%의 프레카리아트가 탄생하고 이들은 로봇보다 못한 인간으로 여겨질 수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결론이다. 그렇기에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제대로 준비하는 것은 생존의 문제가 된다”고 책을 쓴 목적을 밝혔다.
즉 99.997%의 프레카리아트(저임금·저숙련 노동에 시달리는 불안정 노동 무산계급)의 퍼센티지를 줄이려면 기본소득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저자들의 주장이다. 많은 사람이 저소득층 하면 사회에 20~30% 정도 있다고 생각하기에 기본소득은 필요 없고 저소득층을 위한 사회보장제도를 잘 보완하면 된다고 말한다. 공동 저자 박병기는 “이대로 가다간 99% 이상이 프레카리아트로 전락할 수 있고 우리에게 이를 막을 사회적 보호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하면서 온통 기술의 발전과 숙달에만 집중돼 있다. 굉장히 위험한 일이다. 기술에만 집중하다간 인공지능(AI)에 밀려나거나 지배당할 수 있다. 그리고 플랫폼을 소유한 IT 공룡들에 모두 잡아 먹히게 될 수 있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저자들은 이러한 사태를 막기 위해 재정 교육과 기본소득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새로운 시대를 제대로 살아가려면 전 세계 주식의 동향을 파악하는 감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내 주식을 포함한 전 세계 주식 시장의 동향이다. 그래야 경제 감각이 생긴다고 저자들은 보았다.
그다음이 정부에서 이끌어가는 기본소득에 대한 교육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본소득에 대한 준비가 되지 않으면 부의 극한 쏠림 현상이 심각해질 것이고 많은 사람이 직장을 잃거나 낮은 수입으로 살 수밖에 없게 된다. 이는 서울대 연구 보고서뿐만 아니라 이미 수많은 다른 보고서, 연구서, 서적에서 거론된 내용이다. 이를 예방하는 것이 기본소득이다.
저자 김희경은 사회복지 분야의 논문을 연구했고 기자인 정재호는 인물 중심으로 기본소득을 연구했다. 박병기는 이 책의 전체 그림을 그리며 4차 산업혁명 시대라는 큰 그림 안에서 이 책의 논제를 이끌어 나아갔다.
공동저자 김희경은 “이 글을 쓰며 울기도 많이 울었다. 특히 청년 기본소득 관련 글(6장)을 쓸 때는 통곡하며 울었다”고 말했다. 청년의 암담한 현실이 남의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청년이 아닌 대부분 사람이 오늘날 청년과 같은 상실감을 느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청년들의 고통이 전 국민의 고통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또 다른 공동저자 정재호(일간지 기자)는 “보편적 기본소득은 피할 수 없는 시대의 요구이다. 스마트폰이 일상에 스며들어 단시간에 우리 생활을 점령했듯이 기본소득도 그러할 것이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사람이 일을 하지 않거나 덜 하게 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최소한의 물질적 지원을 제공할 기본소득은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몰고 올 여러 난제와 맞물려 가장 현실적인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공동 저자들은 “이재명 지지자세요? 앤드류 양 지지자세요?”라는 질문을 받았다. “결코 그렇지 않다”고 그들은 말했다. 두 정치인을 지지한다기보다 그들이 갖고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본소득론을 지지하는 것이다. 그들이 가진 다른 정책에 대해서 공동 저자들은 반대하는 글을 쓸 수도 있다.
인디 음악이라는 게 있다. 차고 안에 연습한다고 해서 거라지 락(Garage Rock)이라고도 불리고 혼자 알아서 한다고 해서 DIY(Do It Yourself) 음악이라고 한다. 다듬어지지 않고 거친 형태의 음악을 발표했던 사람들이 인디 음악인들이었다. 이들은 상업적으로 성공하지 못해도 소수의 팬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려고 했다. 자신이 연습한 음악을 무대에 올리려면 엄청난 희생과 헌신이 따랐을 것이다.
이 책은 인디 출판사인 거꾸로미디어가 만들었다. 다소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은 것이 이 책 안에 보일 것이다. 수익이 없어도 음악을 계속했던 인디 밴드처럼 거꾸로미디어는 부족하더라도 주류 세계에서 말하고 싶어 하지 않는, 또는 말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이야기를 계속 종이에 담아 출판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병기 편집자는 “이 책은 불편한 진실을 담고 있다. 그리고 그 불편한 진실은 계속 거꾸로미디어를 통해 쏟아져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