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데일리 = 소영주 시민 기자ㅣ“춤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스스로 그 답을 찾아가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네요.”
세계 최정상 발레단인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BOP)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최고 수석무용수 '에투알'(Etoile·별이라는 뜻)로 승급한 박세은(32)의 향후 목표는 단순했다. 그의 머릿속엔 오로지 춤뿐이었다.
시즌을 마무리하고 귀국한 박세은이 19일 서울 강남구 마리아칼라스홀에서 내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 10년간의 성장과 노력을 인정받아 기쁘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새로운 시작이라고 생각한다”는 소감을 밝혔다. 프랑스에서 백신 접종을 완료한 박세은의 경우 한국에 사는 부모를 방문했기 때문에 7월 1일부터 시행한 ‘해외 예방접종 완료자 입국 관리체계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15일 귀국 후 PCR테스트에서 음성을 받은 뒤 2주간의 자가격리를 면제받아 기자회견을 열 수 있었다.
박세은은 지난달 10일(현지시간) 파리 바스티유 오페라에서 개막한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에서 에투알로 지명됐다. 공연 후 알렉산더 네프 총감독이 무대 위에 올라 깜짝 발표를 한 것. 단원들과 관객들의 엄청난 환호 속에 박세은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영국 로열발레단, 미국 아메리칸발레시어터와 함께 세계 3대 발레단 중 하나로 꼽히는 파리오페라발레단은 세계 정상급 발레단 가운데서도 승급과 서열 관리가 까다롭기로 정평이 난 곳이다. 단원들은 '카드리유(군무), 코리페(군무의 리더), 쉬제(군무와 주역을 오가는 솔리스트), 프리미에 당쇠르(제1무용수), 에투알' 5개 등급으로 나뉜다. 박세은은 352년 역사를 자랑하는 파리오페라발레단의 첫 아시아인 수석무용수다. "최초의 아시아인 수석무용수라는 데 저는 큰 의미를 두진 않아요. 다만 지금 시대가 변하고 있고, 프랑스가 열렸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만약 제가 좀 더 이전 시대에 춤을 췄다면 에투알 승급이 불가능했을 수도 있어요."
박세은은 에투알이 되기 전부터 주목 받았다. 특히 프리미에 시절에도 에투알만큼 비중있는 역할로 자주 캐스팅 됐고, 2018년엔 프리미에로 ‘브누아 드 라 당스’를 수상한 기록을 남겼다. 클래식 발레계의 가장 명망있는 상이다.
에투알 승급은 박세은의 여러 희망 중 하나였다. 가장 끝에 있었던 꿈은 ‘무대에서 숨만 쉬어도 아름다운 무용수’였다. “10년 전 파리의 객석에서 프랑스 무용수들을 봤을 때 너무 아름다웠다. 에투알 승급 이후 발레단 감독이 ‘네 무대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가만히 앉아 무릎을 꿇고 잠드는 약을 받아드는 장면’이라고 했다. ‘성공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박세은은 “아무 것도 하지 않을 때 아름다움과 감정을 전했다는 점이 제일 좋았다”고 말했다.
최근 살면서 가장 많은 축하 메시지를 받았다는 박세은은 “사실 아직 신이 나 있는 상태”라며 웃었다. “실감은 9월에 왕관 쓰고 행진할 때 나려나 싶어요.” 파리오페라발레단은 매년 새 시즌 오프닝 무대에서 무용수 전원이 함께 행진하는 퍼포먼스를 한다. 발레단의 ‘별’, 박세은은 시즌 시작을 알리는 이 퍼레이드에 왕관을 쓰고 입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