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탈춤(전통가면극)은 해서지역(황해도의 별칭)의 탈춤과 경기지역의 산대놀이, 영남지역의 오광대와 야류(들놀음)로 나눌 수 있다.
1967년 국가무형문화재 제17호로 지정된 봉산탈춤은 강령탈춤과 함께 해서지역의 탈춤으로‘탈춤’하면 바로 봉산탈춤을 떠올릴 정도로 국내ㆍ외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
예부터 해서의 각 지방에는 5일장이 서는 거의 모든 장터에서 1년에 한번씩은 탈춤놀이가 벌어졌는데 그 중에서도 봉산 구읍은 남북을 잇는 유리한 지역적 조건 때문에 나라의 각종 사신(使臣)을 영접하는 행사가 잦았고 또 지방의 농산물이 모여드는 중심지였기에 더욱 이런 놀이가 성행하였다.
연희(演戱)시기는 5월 단옷날 밤에 시작하여 다음날 새벽까지로 원래는 4월 초파일에 놀았다. 단오 때 외에도 원님의 생일이나 신임 원님이 부임하는 날, 사신의 영접, 탈춤대회가 있을 때도 연희되었다.
봉산탈춤은 악단과 춤이 주(主)가 되고 소리가 따르는 가무적(歌舞的) 부분과 몸짓의 묵극적(默劇的) 판토마임과 재담 및 덕담의 사설로서 연기ㆍ음악ㆍ무용의 한국적 뮤지컬이다.
[봉산탈춤의 구성]
전체가 7마당(과장) 5거리로 구성되었으며, 본격적인 탈놀이에 들어가기 전 '길놀이'로 부터 시작된다.
악사의 주악을 선두로 사자·말뚝이·취발이·포도부장·소무·양반·상좌·노장·남강노인의 순으로 열을 지어 읍내를 일주하는데, 원숭이가 앞뒤로 뛰어다니며 장난한다.
길놀이가 끝나면 봉산탈춤의 중흥자(中興者)인 안초목을 위령(慰靈)하는 고사를 지낸다. 해가 지면 무동(舞童)춤·줄타기·땅재주 등의 곡예와 풍물놀이로 흥을 돋구다가 밤늦게 탈춤놀이가 시작된다.
음악은 피리·대금·해금·장구·북으로 구성된 삼현육각(三絃六角)이 염불곡·타령곡·굿거리곡 등을 연주하는데, 황해도 민요에서 들을 수 있는 바와 같이 중간음을 격렬하게 떨어서 연주하는 특징이 있다.
제1과장 사상좌(四上佐) 춤마당은 4명의 상좌가 나와 4방신(四方神)에게 배례하는 의식춤을 춘다.
제2과장 팔먹중 춤마당의 첫째거리는 먹중춤으로, 8명의 먹중이 차례로 나와 자신들의 승려생활을 파계하는 모습을 연출한다. 둘째거리는 버꾸놀이로 먹중들이 버꾸를 들고 나와 '버꾸놀이하자'를 "벗고 놀이하자"로 말하면서 서로 희롱한다.
제3 과장 사당 춤마당에서는 사당과 거사들이 함께 어울려 가면을 위로 젖혀 쓰고 놀량·앞산타령·뒷산타령·경발림 등의 노래를 주고받는다.
제4 과장 노장 춤마당의 첫째거리는 많이 알려진 노장춤으로 노장이 소무의 유혹에 빠져 타락하는 장면을 격조높게 풍자하였다. 둘째거리는 신장수가 등장하여 노장에게 신을 파는데, 강도로 변한 노장에게 신만 빼앗기는 장면이다. 셋째거리는 힘이 센 취발이가 노장으로부터 소무를 빼앗아 살림을 차리는 장면으로 소무는 취발이의 아이를 낳고 취발이는 아이에게 글을 가르친다.
제5 과장 사자 춤마당에서는 석가여래의 명을 받고 왔다는 사자가 노승을 꾀어 파계시킨 목중들을 혼내주는 장면이다.
제6 과장 양반 춤마당에서는 머슴인 말뚝이가 양반 삼형제를 혹심하게 놀려주나 양반들은 자신들이 망신당하는 것도 모른다.
제7 과장 미얄 마당에서는 난리로 헤어졌던 영감의 첩인 덜머리집이 등장하여 미얄과 싸운다. 이어 영감은 미얄을 마구 때려 죽이자 무당이 나와서 미얄의 혼백을 위로하는 굿을 하면서 탈춤 전마당이 끝난다.
현재 전하는 어느 가면극보다도 오락성과 예술성이 강한 봉산탈춤은 6·25전쟁 이후 월남한 연희자들에 의하여 전승되고 있다.
[봉산탈춤 vs 강령탈춤]
해서지방(황해도)의 쌍벽을 이루는 두 탈춤의 재미있는 비교
①봉산탈춤의 탈은 귀면형(귀신 얼굴 모양)의 탈로 요철과 굴곡이 심한 것에 비해 강령탈춤은 주로 인물탈(사실적인 얼굴의 탈)로 매끄러운 형태다.
②봉산탈춤 복식의 특징은 화려한 더거리(조선시대 군복으로 많이 입었던 겉옷)에 붉고 푸른 띠를 두른다는 점이고, 강령탈춤에서는 소매가 땅에 닿을 정도로 긴 회색 칡배장삼(길이가 길고 품이 넓은 삼베옷)을 입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③봉산탈춤에서 주로 사용되는 춤사위는 장삼 소매를 휘어잡고 뿌리거나, 한삼을 경쾌하게 흩뿌리면서 두 팔을 빠른 사위로 굽혔다 폈다 하는 깨끼춤이다. 강령탈춤은 느린 춤사위로 긴 장삼 소매를 고개 너머로 휘두르는 동작의 춤을 추는데, 이것을 장삼춤이라고 부른다.
④탈춤에서의 마부의 역할은 말을 모는 것이 아니라, 사자와 함께 등장하며 사자와 대화하는 역할이다. 말뚝이는 양반의 하인으로 등장, 적극적인 풍자를 일삼는 인물이다.
봉산탈춤에서는 마부, 말뚝이 1명씩, 사자도 1마리 등장하지만, 강령탈춤은 마부, 말뚝이 2명씩, 사자도 2마리 등장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참고문헌]
-탈춤의 춤사위 비교연구(比較硏究) 1990, 한국무용연구학회, 김연화
-[한국전통연희의 이해와 실제Ⅲ] 2008.4, 봉산탈춤 최창주
-[한국전통연희사전] 鳳山탈춤 2014. 12. 15, 전경욱
-[네이버 지식백과] 봉산탈춤 [鳳山탈춤] (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국립국악원 공식블로그 몸짓사전
[필자소개]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고 오랜시간 디자이너와 디렉터로 활동했다.한국 전통춤은 늦은 나이에 접했지만, 많은 명무 선생님들의 춤을 보고 또 직접 배우면서한국인의 한/멋/흥을 담고 있는 매력적인 한국 전통춤을 널리 알리고 싶은 마음에 칼럼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