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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에도 '공사실명제'가 있었다? 돌에 새겨진 한양도성 이야기

서울시, 한양도성 축성 내용 새겨진 ‘각자성석’ 총 297개 발굴해 체계적 보존‧관리

 

시즌데일리 = 김가원 기자ㅣ조선이 한양을 수도로 삼으면서 조성한 한양도성은 1396년 1월 9일 백악과 오방신(五方神)에게 제사를 지낸 것을 시작으로, 20만 명의 인원이 동원돼 완성됐다. 도성 곳곳에는 한양도성의 축성 과정과 그 속에 숨은 이야기를 엿볼 수 있는 ‘각자성석’이라는 성돌이 있다. 공사 담당자의 이름과 직책, 담당지역 등을 새긴 돌로, 조선판 ‘공사실명제’라고도 할 수 있다. 현재까지 발견된 각자성석은 총 297개다.

 

‘각자성석’에는 공사를 맡았던 지역의 이름을 밝혀서 공사 책임을 지도록 했는데, 실제로 성벽이 무너지거나 문제가 생겼을 때 그 구간을 축성한 지역 담당자에게 성벽을 다시 쌓게 한 사실이 <세종실록>에도 기록돼있다.

 

‘각자성석’에 적힌 많은 이름들 가운데서는 ‘안이토리(安二土里)’라는 독특한 이름이 눈에 띈다. 안이토리는 안타까운 사연으로도 알려져 있는데, 숙종 37년 <승정원일기>에는 안이토리가 도성의 사소문 중 하나인 ‘광희문’을 개축할 때 돌에 깔려 중상을 입고 끝내 목숨을 잃었다는 기록이 나온다. 한양도성이 얼마나 많은 백성들의 헌신으로 이뤄진 결과물이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서울시는 이와 같이 역사적 가치가 담긴 한양도성 각자성석을 보존하기 위한 체계적인 관리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현장조사와 비파괴 분석 등 다양한 과학적 방법을 동원해 손상등급을 분류하고, 등급에 따른 적합한 보존 방향을 결정하고 있다. 2016년부터 지금까지 총 297개 각자성석 가운데 284개에 대한 조사를 완료했으며, 내년까지 모든 조사를 완료할 계획이다.

 

상태조사를 완료한 각자성석 가운데 보존처리가 시급한 대상을 선별하고, 손상도에 따라 적절한 보존처리를 시행해 각자성석의 원형을 보호하고 있다. 현재까지 105개소(35.3%)에 대한 보존처리가 완료됐으며, 2025년까지 나머지 192개소의 보존처리를 완료할 계획이다.

 

한편, 서울시는 추가적인 각자성석이 발견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2023년에 「각자성석 지표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2014년 지표조사(297개소 확인) 이후 9년 만이다.

 

주용태 서울시 문화본부장은 “각자성석은 한양도성 축성 기록을 품은 역사 자료이자, 도성 축성에 참여한 사람들의 헌신을 확인할 수 있는 증거로서 그 가치가 매우 크다.”며 “앞으로도 각자성석을 체계적으로 보존·관리해 서울시민들에게 알리고, 이를 통해 한양도성의 이야기를 온전히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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